20세기 제작된 프랑스화파 ‘마즈파 말의 죽음’이란 작품은 말과 주인과의 이별을 생생하게 묘사한 대표적인 유화다. 프랑스 마냉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이 작품은 사랑했던 애마(愛馬)가 숨을 거둘 때 주인의 슬픔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초현실적 기법을 동원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불가피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주인에게 말의 마지막 순간은 진실하고 진지하기만 하다. 무엇때문인지 입을 벌린 채 두 눈은 여전히 감지 못하고 주인을 응시하는 듯 하다. 주인은 말과의 이별을 좀더 긴 시간으로 끌어보고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쓰러진 말 위에 그대로 누워 있다.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슬픈 주인은 알 몸으로 자신의 온기를 말에게 전달하면서 배회하는 까마귀들을 막아내고 있다.
말이 주인과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는 여러 형태의 모습을 띄곤 한다. 어떤 말은 주인이 올 때까지 눈을 감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주인이 도착하면 그때서야 눈을 감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말은 비교적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 이 때 자신의 죽음을 지켜주는 주인에게 뭔가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대부분의 주인은 이것을 놓쳐버리곤 한다.
또한 여전히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경우 그져 숨을 몰아쉬다가 두 눈을 그대로 뜬 채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말의 모습은 왠지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평소 말을 경제적 산물로만 평가하면서 사랑이 없는 사료를 건네준 주인에 대해 말이 꿰뚫어 봤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일종의 순진한 사랑을 쏟았던 말 보다 더 아쉬운 이별의 장면을 드러내는 경우는 ‘끔찍한 사랑, 혹독한 훈련’을 경험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말은 대개 마지막까지 주인에게 얼굴을 비벼대며 최후를 맞이하곤 한다.
이런 말들의 최후는 기막힐 정도로 슬프다. 마지막 순간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을 응시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숨을 거두는 모습은 결코 잊지 못할 이별의 장면이다. 말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낄 때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마지막 순간의 눈물은 주인에 대한 깊은 감사의 표현이라 해석할 수 있다.
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교육시켜야할 것인지에 대해 말은 최후의 모습으로 인류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런 비밀스런 메시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애마를 갖기를 원한다면 말이 원하는 주인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생의 마지막날 말의 눈물을 볼 수 있다면 그 주인은 마주로서 성공한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