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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야기 134. 동공 축소, 실눈 뜰 땐 긴장해야
이름     관리자 날짜     2012-12-24 08:35:47 조회     1684

기수를 향한 말의 부정적 메시지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육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시속 110~115km 속도로 달리는 치타다. 한 걸음의 보폭이 무려 8m에 이르고 1초에 4걸음씩 내달린다. 이런 폭발적인 도약력과 속도는 불과 10초 이상을 견디지 못한다.

시속 80km 속도로 달리는 임팔라와 같은 초식동물을 사냥할 때 가장 근접한 거리까지 몸을 숨겨 접근하는 것이 관건이다. 10초를 초과하면 치타의 심장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 때문에 임팔라의 숨통을 순식간에 물지 못하면 코앞에서 놓쳐버리기 일쑤다.

그 다음 빠른 동물은 시속 80km를 자랑하는 사자와 호랑이다. 그리고 단거리 경주에 능한 쿼터 호스(Quarter horse)가 시속 76.5km로 그 뒤를 잇는다.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치타나 맹수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자·호랑이로부터 말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적당한 스피드와 엄청난 지구력 때문이었다. 추격해오는 맹수들로부터 1km 정도만 달아나게 되면 일단 생명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맹수들은 스피드가 워낙 빠른 탓에 체내에서 혈류이동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져 심장이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해 지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추격당하는 1km 구간은 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마의 장벽’이다. 이 때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 가운데 주목해볼만한 것이 말의 동공이다. 인위적으로 그 크기를 조절할 수 없는 동공의 변화는 말의 생리적·감정적 시그널을 담고 있다.

마의 장벽 구간에서 말의 동공은 자동적으로 축소되는데 이는 효과적으로 도주하기위한 생리적 작용이다. 이런 원리는 마치 카메라 조리개의 작동방식과 비슷하다. 조리개가 작아지면 초점거리는 확대된다. 이런 작동은 가까이 있는 물체와 멀리 있는 물체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도주하는 말의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한 셈이다.

동공이 축소되는 생리적 변화 외에 ‘실 눈 뜨기’도 있다. 예컨대 위험한 물체가 갑자기 다가오면 눈동자 안쪽의 근육은 동공을 수축시켜 민감한 수용기들을 보호하고 즉시 시야를 가리도록 유도한다. 이런 무조건적인 반응에 따른 동공의 변화는 매우 정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로 이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면 말의 생각을 간파할 수 있다.

사람이 말에 다가갔을 때 말의 동공을 살펴보는 것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말의 동공이 확대되면서 기수에게 머리를 비벼대는 행위는 매우 우호적이며 긍정적인 태도다. 이런 말의 반응에 기수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 말의 기분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동공이 축소돼 경계심을 갖고 있으면 사람은 자신의 태도를 면밀히 되짚어봐야 한다.

기수 몸에서 풍기는 냄새에서부터 전날 밤 혹은 며칠전 말의 여정 등을 살펴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실눈을 뜨면 기수는 내심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말이 기수에게 표현하는 아주 강한 부정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남병곤 제주대 석좌교수(승마역학 박사)